청학동 삼성궁
송다인
머리 땋은 총각들 하늘 천 따지
지리산 두메산골 청학동인줄만 알았지
어찌 이토록 부끄러워진단 말인가
화랑들이 수행하던 산속의 도량이
고고하게 숨겨져 있었는가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탑들은 견고한 건축물처럼
바로 예술품의 극치로구나
베트남 캄보디아의 불교 성전이듯
딴 나라에 온 착각에 빠진다
바로 홍익인간의 정신을 수행하는
한민족의 차분한 정서가 움트는 곳
이곳이 어디메인가
수 백 년 동안 하나 둘 손길들이 이어져
작은 돌 중간 돌 큰 돌들이 포개져
저토록 의연하게 꼼짝 않고 서 있으니
찰흙 한줌 없어도 모진 풍파 견디었구나
조상들의 손때 묻은 멧돌이란 멧돌들
다 여기 모여 옹기종기
돌비석 돌계단 절구통 돌어항
작은단지 큰단지 찌그러진 단지
청기와 홍기와 겹겹이 포개져
쌓인 기와 틈새 안채가 보이는구나
연못엔 운무가 아롱져 있었고
옆 마당엔 홍송들이 휘영청거렸고
탑 꼭대기 마다 기도가 샘솟아
준엄하고 단아하게 내려다보는 솟대
한민족의 정서가 그대로 배여
숭고한 인재양성의 삼성궁을 기리듯
전통의 맥이 산안개에 휩싸인 채
지리산 품속에 숨어 살았구나
충효와 각종예절을 가르쳤던 그윽한 삼성궁
차마 모르고 살다 갈 뻔
해맑은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하나
사뿐히 만지며 가자스라
조상들의 올곧은 정신 가슴에 안고
의연하게 살아가자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