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을 돌아보고>
문석경
초가집 소문만은 익히 들어 알겠지만
조그만 매표소가 베시시 웃으면서
새 이엉 꽃단장하고 초입부터 맞아주네
성문을 들어서면 펼쳐진 넓은 길에
상업이 활개 치며 관광객 붙잡는데
굵은 밤 한 되 물으니 만원이라 하더라
정말로 크고 굵은 맛있는 밤이기에
나올 때 사간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네
무거워 못 사가는 맘 돌아돌아 뵈더라
떡장수 떡을 치는 떡집의 안마당에
요상한 도자기뭐뭐 줄지어 서있는데
사지도 아니하면서 만지기는 왜 만져
임경업 장군비각 길가에 정갈한데
오가는 관광객들 멀뚱멀뚱 쳐다보며
역사는 관심이 없고 초가집에 매료되네
동헌의 안마당에 형틀로 묶인 죄인
태형으로 붉어져 안스러운 그 곳을
만지지 말라는 경고문 본체만체 만지더라
대청에 올라앉은 현감 눈알 부라리고
죄 없는 서민 한 명 싹싹 빌고 있는데
이방이 허리 조아리며 뒤적이는 취부책
성곽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왜구 침입 막으려고 평지에 4각 성곽
어디서 돌을 가지고 왔을까 유비무환 돌아뵈네
4대문 관청만이 와가로 되어 있고
나머진 반듯하게 초가로 복원하여
아이들 자연교과서로 자리보존 하면서
큰 돌은 하나 없이 성곽에 실려가고
이리 저리 봐도 봐도 모두모두 주먹돌
초가집 돌흙담으로 무게 잡고 있더라
성문 앞 알밤 장수 다 팔고 돌아가고
그 밤에 미련남아 돌아보는 내 마음은
빈자리 빙빙 돌면서 아쉬움만 남는데
역사의 증언처럼 풍상에 늙어버린
은행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그늘을 펼쳐놓으며 쉬어가라 붙잡는다
둘러보는 초가삼간 고향생각 절로 나고
낙안읍성 판소리가 귀청잡고 늘어져도
빡빡한 일정 때문에 돌아서는 발길이여
<2009.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