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밭을 돌아보고
문석경 없음
2009-10-12 325
 

 

<순천만 갈대밭을 돌아보고>

                           문석경

느티나무 그늘아래 점심밥 나눠먹고

촌각도 쉬지 않고 순천만 달려가니

주차장 빈자리 내주며 쉬어가라 잡더라


게형상 철새형상 조형물 뒤로하고

갈대밭 보고파서 잔디밭 가로지르는데

미친놈 저습지위에 천문대를 지어놨네


별 없는 대낮이라 별볼일 없는 것이고

자연생태관은 에코센터 보면 된다며

마음은 갈대밭으로 달려가고 있었지


무진교 나무다리 멍석을 밟고 가면

손수 짜 깔아놓은 한올 한올 폭신폭신

하늘도 구름 걷어내고 파란 융단 깔았지


“김승옥” “무진기행” 산실이 여기던가?

람사협약 등록된 연안습지 여기던가?

철새가 무리지어 날던 자연경관 여기던가?


선인들 어찌 알고 順天이라 하였던가 

햇살이 저리 곱고 바람조차 살랑이니

밀썰물 조용히 오가며 이름값을 하더라


끝없이 펼쳐놓은 순천만 한 가운데

쓰러지고 일어섬을 반복하는 그 날까지

파아란 융단위에서 하얀 물결 일렁이네


흔들리는 것은 부러지지 않기 위하여

폭풍우 마다않고 갈고 닦은 훈련이지만

아직도 모자라는지 쉬지 않고 흔들 흔들


진자리 마른자리 마다않고 태어나서

흔들리며 살아갈 기구한 운명인데

그래도 베풀며 살자 내어주는 보금자리


철새들 날아와서 신접살림 차리면

찬바람 막아주며 노심초사 한다더니

서로가 부등켜안고 살아가는 공생철학


광활한 갯벌위에 데크가 놓여있고

수많은 동심들이 오가며 감탄하면

갈바람 멈추지 않고 쓰다듬어 주는데


조개들 사랑으로 뿌리를 간질이면

한시도 쉬지 않고 갈대꽃 흔들리고

남도의 뜨거운 햇살 얼굴 붉어 젔었지


관광객 바삐바삐 오가는 발길 옆에

짱둥어 농게 칠게 분주히 굴을 파네

철새가 날아오기 전에 완성해야 되는데


용산은 길게 누워 날기를 거부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 하나 풍광인데

허리춤 한 자락 내주며 전망대를 펼쳐놓네


염습지 칠면초는 파랗게 태어나서

소금기 머금으며 젊음을 과시하다

갈바람 일령이면은 낙조처럼 홍조된다던데


아직은 가을초입 푸르름 과시하며

오가는 물길 옆에 끼리끼리 모여앉아

갈철새 손꼽아 기다리며 펼쳐놓은 둥근 방석 


바다로 나가고파 울먹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깃발을 흔들면서

탐조선 시간핑계대며 부두에서 쉬더라


“순천만 갈대소리” 한마당 열어놓고

무대 위 풍각쟁이 관객을 홀리는데

갈대도 목을 쭉 빼고 흔들흔들 놀더구나


“동식물 채취하면 벌금이 천만원”이래

억새꽃 꺾었다고 공갈부터 먼저 쳤지

그렇게 일행을 골리며 농담으로 엮던 여정


보고프던 S자형 물속에 숨겨놓고

순천만 낙조조차 붉어지길 거부해도

철마가 울면서 울면서 갈길 멀다 제촉하고


적절히 굽힐 줄 아는 중용의 처세술을

아무리 배우려해도 터득 못한 무명시인

갈대야 손 흔들지말고 시계바늘 붙잡거라 

                     <2009.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