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사 기행
문석경 없음
2010-07-18 353
 

 

<청량사 기행>

                                         문석경

현장에 도착하니 내 이름이 없더구나

황당한 마음으로 빈자리 찾아 앉고

몸 실어 떠나는 여행 뭔가 찝찝 하더라

 

자타가 공인하는 컴맹의 실력으로

뱅킹을 하다 보니 송금확인 할 줄 몰라

갔꺼니 생각한 것이 화를 부를 줄이야

 

폭우가 쏟아진다 일기예보 한 공갈에

겁먹은 기행객들 일찌감치 포기하니

빈자리 여유로 남아 동행해도 괜찮기에

 

버스의 한 구석에 마음을 실었더니

잿빛하늘 끌어안고 보슬비 오락가락

온종일 가슴속 우산 펴고 접는 노파심

 

청량산 좁은 입구 옛날의 매표소를

철마로 달리면서 개울물 끼고 돌아

주차장 차 세워놓고 입석까지 걸어가서

 

점심시간 다가오니 정자에 여정 펴고

나누는 한 술 밥에 인정이 넘쳐흘러

보온병 막 따른 커피처럼 전해지는 따스함

 

질척이는 산행길을 비스듬히 오른 등산

산천경계 매료되어 모랭이 돌아서면

싸립문 잠겨 있어도 웃어주는 “산꾼의 집”

 

펼쳐 논 병풍처럼 둘러쳐진 연꽃 세계

열두봉 정기 흘러 펼쳐놓은 만다라

탑신이 중앙에 서서 중심잡고 있더라

 

종각을 내려보며 탑마당에 여장 풀고

등산화 벗기 싫어 마음으로 탑을 도니

하늘도 비를 멈추고 기행안녕 빌더라

 

봄가뭄 목이 마른 쇠물고기 한 마리

안개비에 물을 만나 지느러미 흔들 때

천년을 참았던 울음 목을 놓는 댕그렁

 

공민왕 친필로 맞아주는 "유리보전"

지불인 약사여래 본전불로 좌정하고

온 세상 굽어 살피니 구제되는 중생들

 

문수보살 지장보살 그 옆에 탱화 하나

기도의 도량으로 자리를 보전하니

백팔배 올리고 싶어도 일행 따라 가는 몸

 

이황의 글 읽는 소리 여운으로 담을 치니

“청량정사” 마당 밖의 정원수 목을 빼고

산복숭 울을 넘으며 맛갈쓰레 붉더라

 

“김생”굴 먹을 갈아 일필휘지 내려가고

이정표 꼬리치며 쉬어가라 붙잡아도

일정에 쫒기는 신세 꽁무니로 줄행랑

 

꼬불꼬불 돌아와서 난간대 잡고 서니

보슬비 오락가락 하늘을 가려놓고

전망대 미안한 듯이 바람 없이 울먹여도

 

연꽃속 암수술로 전각들이 조화로워

어풍대 펼쳐놓는 파노라마 전경위에

내 마음 날개를 펼쳐 청량사를 날아본다

 

억겁의 풍상엮은 동풍석 건들바위

하늘에 올라앉아 사바세계 내려보며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전설속의 이야기

 

천만길 깎아지른 절벽허리 도는데

응진전 16나한 무사안녕 빌고 비니

산안개 하늘로 올라가며 염불소리 댕그렁

 

<※지불 = 종이로 만들어 기름칠하고 금박을 붙인 부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