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밭머리의 가르침
함양읍에 펼쳐진 상림 숲속으로 가는 날
소나기 속에서 산안개를 훑으며 달리는
그들 마음은 짙푸른 설레임이었다
길 따라 개천에는 금붕어들이 노닐고
연리목 사랑나무 손짓하는 여름 산천
수 만평 연못 위 넘실대는 연잎의 향연
거대한 야자수 잎 마냥 치렁치렁한 나부낌
비 온들 어떠리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크나큰 치마폭 켜켜이 쌓여져
사랑스런 연꽃 내 님을 감추려는 듯
수만 개의 우산을 펼치며 너풀대는
연밭머리의 군무는 일대 관병식이었다
백련은 백련끼리 미소 짓고 있었고
홍련은 홍련끼리 웃음소리 감추는데
황련은 황련끼리 유혹의 입맞춤
분홍련밭 곁에서 눈웃음치는 사이
자잘한 노란 연꽃 연못가에 흐드러져
덩실덩실 얽히고설킨 진흙속의 생명력
서로 꽉 움켜잡고 뻗치는 인연의 끈기였다
그것은 서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무한대의 상부상조였다
끝없이 펼쳐진 연밭머리에 서서
서로 잘났다고 아무리 폼 잡아도
그들을 굽어보며 으시대는 연밥보라
저 높은 곳에서도 고개 숙이며
넌지시 달래는 만년의 미소여
청록 잎사귀 한들한들 시원함이여
지친 일상 어루만져주는 가르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