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본고장인 유럽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소프라노 박은주가 17년만에 처음으로 고향, 부산에 선다. 부산대 성악과 85학번인 박 씨는 지난 1990년 독일로 유학, 독일 쾰른 국립음악대학 성악과에서 디플롬과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1991년 에리카 쾨트 성악콩쿠르 1위, 1994년 룩셈부르크 국제 콜라라투라 성악콩쿠르 장려상과 1995년 로베르트 슈톨츠 콩쿠르 관객상, 1998년 브레머하펜 관객상 수상에 이어 2003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최고의 성악가'로 뽑히기까지, 거침이 없다.
다음달 3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유럽 오페라단 주역가수 초청 갈라 콘서트'에서 첫 선을 보일 박 씨를 전화로 만났다. "유학이후 고향에서 갖는 첫 공연이에요. 귀국하기 전 한 영국 지휘자가 '고향에서 노래하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더군요. 물론 17년만에 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전 프로예요. 이 정도 부담감은 커버할 수 있는 무대 경력을 가지고 있으니 컨디션 조절만 잘 한다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화기 너머로 유쾌한 고음이 전해져 왔다.
독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박 씨는 1995~1999년 독일의 브레머하펜 극장 주역 가수로 활동하면서 비엔나 국립 오페라단, 오스트리아 쇤브룬 모차르트 음악축제, 베를린 코미쉐 오퍼, 뤼벡, 하이델베르크, 만하임, 라인 도이치 오페라, 하노버 극장 등지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는 도르트문트 오페라하우스에서 활동한 박 씨는 2002~2003 시즌기획공연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돈나 안나 역과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디나 역으로 "진주같이 유려하면서도 힘있고 균형잡힌 목소리의 소프라노"라는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의 아리아 '어떤 고문을 가한다 해도'와 번스타인의 오페레타 '캔디드'의 '화려하고 즐겁게!' 등을 부를 예정이다.
"벨칸도 오페라도 잘 맞고, 모차르트의 곡도 좋아요. 특히 모차르트는 어렵고 피를 말리는 곡들이지만 투명한 고음이 잘 맞기 때문에 자주 불러요." 그녀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을 100번씩 부를 만큼 탁월한 고음의 소유자면서,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여주인공 콘스탄체 역만 60번을 넘게 할 정도로 이 역의 전문가다.
지방대 출신으로 유럽 무대를 점령하기까지 힘들지 않았을까. "우리끼리 하는 우스개 말이 있어요. 외국 무대에 서는 것보다 지방 출신이 서울 무대에 서는 게 더 어렵다고요. 물론 동양인이라는 핸디캡(단점)은 있어요. 초창기 유럽 무대에 설 때 '지구 반대편에서 온 사람이 오페라 가수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핸디캡을 그대로 인정하지 말고 얼마나 노력해서 장점으로 바꾸느냐가 중요해요." 그는 외국무대에서 성악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 국어는 익혀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아리아를 부를 때도 시대별, 작곡가별 공부는 기본이며 그 나라 언어와 역사, 정치 등을 알아야 한다는 것. 그 역시 독어, 이탈리아어, 영어, 불어가 가능하다.
"음악이 어떤 의미냐고요? 그것 없인 못 살죠. 누구는 3일을 노래하면 목이 아프다는데 전 3일을 노래하지 못하면 목이 아파요. 무한히 공부하고 노래하고 고치면서 항상 최고의 노래를 들려드리도록 노력할게요."
이번 공연에는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 내년 4월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서게 될 테너 이정원 씨와 베를린 도이체 오퍼의 유일한 한국인 전속 가수 테너 요셉 강, 독일 레겐스부르그와 하노버 주역가수 바리톤 유진호 씨가 출연한다. 피아노는 라 스칼라 극장의 지휘자 겸 연주자인 쥬세페 핀치가 연주한다. 8만, 5만, 3만, 2만, 1만 원. 1544-9373 ,(051)740-5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