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80)은 가난하고 초라한 사람들을 찍는다. 그의 사진 속에는 넝마를 걸친 아이의 웃음이 담겨있다. 일에 지쳐 잠깐 단잠을 자는 노동자의 구부정한 허리가 보인다. 그들의 비루함을 사랑한 사진작가가 바로 최민식이다.

평생 인간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 온 원로 작가 최민식의 사진전이 오는 3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청 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에는 서민들의 생활상, 추억 속의 사람들, 기억 속의 풍경이 오롯이 살아 숨쉬는 흑백사진 7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에 안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년 전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부산역 앞에서 투사의 모습으로 앉아 있는 장면에서 최근 고향마을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돼 시간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다.

또 무거운 짐을 지게에 지고 둑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찢어진 속옷 차림으로 삽질하는 노동자와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 파는 여인네, 물가에서 노는 벌거숭이 아이들과 온기가 그리운 듯 옹기종기 모여 앉은 전쟁고아들의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감동을 느껴볼 수 있다.

	원로 사진가 최민식 씨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들. 1965년 부산에서 찍은 지게꾼, 1987년 거리 시위 중인 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라 불리는 최민식은 "올해로 사진을 시작한 지 51년이 됐다"면서 "은퇴할 나이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일주일에 3, 4차례 카메라를 들고 '인간'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래서 그는 "과거 함께 활동했던 친구, 동료들이 모두 은퇴했음에도 건강하게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중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것보다는 밝고 경쾌한 작품 위주로 선별 전시한다. 김혜진 큐레이터는 "그동안 최 작가의 전시에서는 참담하고 어려운 삶을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어려운 시대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밝은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최초의 사진미술관을 표방하는 고은사진미술관은 "최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컬렉션하겠다"는 의지로 전시작 모두를 구입·소장했다. 오는 8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마련된다. (051)744-3924